14 4월 2026

SSG 랜더스, 위기 속 사령탑의 쇄신과 에레디아의 부활포로 반등하다

SSG 랜더스의 최근 행보는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개막 직후 7승 1패라는 매서운 상승세를 탔으나 이내 5연패의 깊은 늪에 빠졌다. 시즌 전적은 7승 6패, 승률 0.538을 기록하며 순위는 리그 4위까지 내려앉았다. 상위권 도약을 위해 하루빨리 연패를 끊어내야만 했던 이숭용 감독은 지난 14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결단을 내렸다. 선수단을 소집해 긴급 미팅을 가진 것이다. 미팅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자 그는 가벼운 대화였다며 웃어넘겼지만, 그 안에는 뼈있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선수들에게 장난을 거두고 기본기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주문했다. 우리가 준비한 것을 믿고 편안하게 각자의 야구를 펼치자는 독려도 아끼지 않았다. 사령탑으로서 팬들에게 실망스러운 경기를 보여준 점을 공개적으로 사과하면서도, 승패 마진이 아직 플러스인 만큼 반드시 분위기를 반전시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고심 끝에 나온 쇄신책은 파격적인 선발 라인업의 변화였다. 박성한을 유격수, 김재환을 지명타자로 상위 타선에 전진 배치하고 최정(3루수), 기예르모 에레디아(좌익수), 고명준(1루수), 한유섬(우익수), 최지훈(중견수), 조형우(포수), 정준재(2루수)로 이어지는 타순을 짰다. 특히 최근 타격 페이스가 좋고 선구안이 물오른 김재환과 에레디아의 위치를 맞바꾼 결정이 눈에 띄었다. 전력분석팀 및 임훈 타격코치와의 논의를 거쳐 완성된 공격적인 배치였다. 마운드에는 다케다 쇼타가 올랐다. 다케다는 올 시즌 2경기에 등판해 7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0.57, 2패만을 떠안고 있었다. 직전 한화전에서는 3이닝 4피안타 4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숭용 감독은 세리자와 코치와의 면담으로 심리적 압박감을 털어낸 다케다가 따뜻한 날씨 속에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호투할 것이라며 굳건한 믿음을 보냈다.

팽팽한 투수전, 지독한 아홉수를 깬 에레디아의 한 방 사령탑의 절실함은 1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마침내 극적인 승리로 결실을 맺었다. 이날 경기는 5회까지 양 팀 선발 투수들이 단 한 점의 틈도 허락하지 않는 팽팽한 마운드 싸움으로 전개됐다. 경기 도중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로 7분간 그라운드 정비가 이루어지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투수전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숨 막히는 0의 균형을 단숨에 무너뜨린 것은 6회말 선두 타자 에레디아였다. 그의 방망이가 벼락같이 허공을 갈랐다. 2볼 노스트라이크의 절대적으로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롯데 선발 이민석의 시속 148km 속구를 완벽한 타이밍에 공략해 냈다. 지난 3월 25일 롯데전 이후 무려 82일 만에 그라운드를 수놓은 시즌 2호 홈런이었다. 빗줄기를 뚫고 나온 이 유일한 득점을 끝까지 지켜낸 SSG는 1-0 신승을 거두며 지긋지긋했던 3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지난해 타격왕 출신인 에레디아는 오른쪽 허벅지 부상 탓에 4월 11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 3일에야 다시 1군 무대를 밟은 그는 서서히 실전 타격감을 끌어올리던 중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에 해결사로 나섰다. 경기 후 그는 긴 부상 공백으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 컸다며, 자신의 개인 기록보다 팀 승리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가장 뿌듯하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드류 앤더슨의 피칭이 압도적이었다. 7이닝 동안 단 5개의 피안타만 허용하고 삼진 11개를 솎아내는 무결점 투구로 시즌 5승(3패)을 수확했다. 롯데 이민석 역시 5⅓이닝 5피안타 2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훌륭한 투구를 펼쳤으나, 에레디아에게 내준 통한의 홈런 한 방에 패전을 안아야만 했다.

부상 털어낸 곽빈, 마침내 신고한 뜻깊은 시즌 첫 승 치열한 순위 싸움의 한편에서는 두산 베어스 토종 에이스 곽빈의 값진 마수걸이 승리 소식도 그라운드를 달궜다. 지난해 공동 다승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곽빈은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7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2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의 3-2 짜릿한 승리를 견인했다.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불의의 옆구리 부상을 당해 기나긴 재활의 시간을 묵묵히 견뎌낸 그이기에 더욱 남다른 의미가 있는 승리였다.

이승엽 감독이 자진 사퇴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3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힘겨운 첫 선발 복귀전을 치렀던 곽빈은 이어진 8일 롯데전에서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승리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다치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했음에도 부상을 피하지 못해 무척 속상했고 생각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심리적으로 흔들릴 때는 자신이 좋아서 시작한 야구인 만큼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저 즐기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려 노력했다는 그의 한층 성숙해진 자세는 결국 시즌 첫 승리 투수라는 달콤한 결과물로 돌아왔다. 두산이 귀중한 1승을 추가한 반면, 이날 패배의 쓴잔을 마신 키움 히어로즈는 5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지며 험난한 행보를 이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