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8월 2025

잊혀진 차고 속 그림, 알고 보니 3만 파운드 상당의 달리 작품

우연한 발견, 뜻밖의 보물

2023년,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한 시민이 캠브리지에서 열린 중고 장터에서 오래된 수채화를 150파운드(약 173유로, 약 25만 원)에 판매했다. 당시에는 그저 낡은 그림 한 점일 뿐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는 스페인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의 잊혀진 작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작품은 오는 2025년 10월 23일, 캠브리지의 경매사 체핀스(Cheffins)를 통해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며, 현재 가치는 2만~3만 파운드(약 34,000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달리의 이례적인 작품, ‘Vecchio Sultano’

이 수채화는 1966년에 제작된 ‘Vecchio Sultano(노(老) 술탄)’이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달리의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회화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 보석이 장식된 터번을 쓴 왕족 술탄의 모습을 그린 이 그림은 ‘천일야화’(Arabian Nights)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펠트지와 수채 물감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크기가 약 15×11인치에 불과하지만, 독특한 분위기와 희소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체핀스의 경매 전문가 가브리엘 다운니(Gabrielle Downie)는 “달리의 작품은 일반적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지만, 이 그림은 전혀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는 드문 예시”라며, “달리가 수채화 작업에서 보여준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미완의 프로젝트, 그리고 미공개 컬렉션

‘Vecchio Sultano’는 달리가 1966년 시작한 ‘천일야화’ 일러스트 프로젝트의 일부로, 원래 500점에 달하는 그림을 그릴 계획이었지만 약 100점만 제작한 채 중단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이탈리아의 부유한 후원자였던 주세페와 마라 알바레토 부부의 의뢰로 시작되었지만, 결과물은 당시 공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달리가 아랍 문화를 깊이 흥미롭게 여겼고, 자신이 무어인 혈통을 가졌다고 믿었을 수 있다고 해석한다.

서명에서 시작된 기막힌 반전

이 그림을 구매한 이는 가명 ‘존 러셀(John Russell)’로 알려진 캠브리지 지역의 고미술상이다. 그는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한 예술품 정리 세일에서 그림 구석에 적힌 ‘Dalí’ 서명을 보고 호기심을 가졌다. 입찰자가 없던 상황에서 그는 단돈 150파운드로 그림을 낙찰받았다.

이후 그는 소더비(Sotheby’s)의 과거 경매 카탈로그에서 동일한 작품이 언급된 기록을 발견했고, 달리 연구의 권위자인 니콜라 드샤른(Nicolas Descharnes)의 감정을 통해 진품 인증을 받았다. 그 결과, 그림의 현재 가치는 최소 2만 파운드에서 최대 3만 파운드로 평가되고 있다.

가장 값진 행운

‘Vecchio Sultano’는 오는 10월 23일 체핀스 경매장에서 공식 경매에 출품된다. 이처럼 한때 차고 한구석에 방치되어 있었던 작품이 수천 배의 가치로 되돌아온 사례는 예술계에서도 드문 경우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이 경매는 고미술상에게 상당한 이윤을 안겨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