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와 처서가 모두 지난 2025년 8월 말, 예년 같으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돌며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됐어야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통상 ‘처서(8월 22일)를 지나면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속설이 있었지만, 올해는 이른바 ‘처서 매직’이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다음 주 중반까지 전국 곳곳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비가 그친 틈을 타 나타나는 강한 햇볕과 남서풍을 통해 덥고 습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기상청이 발표한 중기예보(8월 28일까지)에 따르면, 아침 최저기온은 23도에서 27도 사이로 열대야 기준을 넘나들며, 낮 최고기온은 30도에서 34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평년 수준인 아침 20도에서 24도, 낮 27도에서 31도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즉, 절기상으로는 이미 가을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체감은 여전히 한여름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늦더위는 1994년과 2018년의 기록적인 무더위와 유사하다. 당시에도 처서를 넘긴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각각 31.6도, 32.2도를 기록하며 더위가 지속된 바 있다. 특히 최근 10년간 처서 무렵의 서울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던 해는 8차례나 있었으며, 지난 30년간 처서 시점의 평균 최고기온 28.8도를 넘긴 해는 총 19번에 달했다. 점점 더 ‘처서의 의미’가 무색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의 주요 원인은 복합적이다. 원래 처서 무렵엔 중위도에 위치한 한반도에 들어오는 태양복사에너지가 줄어들면서 기온이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그 외에 남서풍 유입,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 단열 상승 등 다양한 기상 요인이 맞물리며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상욱 한양대학교 해양융합과학과 교수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따뜻한 남풍이 계속 유입되고, 지표면의 열이 위로 상승하는 단열승온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기온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절기 변화와 함께 기압, 바람, 복사에너지 등이 모두 기온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고온 현상은 9월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이 지난달 발표한 8~10월 기온 전망에 따르면, 9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60%에 달한다. 예 교수는 “아열대 태평양에서 발달한 고기압성 순환이 한반도로 뜨겁고 습한 남풍을 끌어올려 올해 전반적인 기온 상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2025년 올해도 ‘처서 이후 선선해진다’는 기대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을을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소식이지만, 변화하는 기후 조건에 맞는 생활 패턴 조정이 필요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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